<칼럼> 생각없음
- 유연우
- May 24, 2015
- 2 min read
몇년전, 우연한 계기로 만나 아주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. 여자 둘이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면 새삼 놀라
곤 했는데, 그 친구와 나는 성향으로 봤을때나 정신적으로도 너무도 잘 맞았기 때문이다. 녀석과의 대화는 언
제나 즐거웠고, 마냥 좋았다. 그렇게 우리는 흔히들 말하는 ‘소울 메이트’가 되었고, 풀내나던 나한테는 그냥
그렇게 느껴졌었다. 그러던 중 학창시절 애들끼리하는 흔한 패싸움이 났고, 정신적으로 미숙했던 나는 당시
굉장히 심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. 그 친구와 나는 그 일을 계기로 멀어졌고, 나는 꽤나 힘들어했었다. 어쨌
거나, 나름 짧지 않은 시간동안 거의 모든 걸 공유하던 친구를 잃었으니 말이다. 이런 애기를 쓰게된 계기는
얼마 전부터 그 아이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을 때부터이다. 나름대로 그 아이와 다시 옛날로 돌아갈
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내심 좋아했었다. 하지만 그 형편없는 기대를 그 애는 처참히, 자기가 직접 짓밟아 주
었다. 그렇다고해서 그 애가 나에게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한 건 아니다. 엄밀히 말하자면, 나 스스로 그렇게 되
게끔 만들었다. 말로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것이였지만 무엇인가로 인해 나는 그 애한테서 심히 불쾌한 감
정을 느꼈다.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커녕 경멸감마저 들었다는 것이다. 그 이후로 그 애는 내
게 그냥 우리 집에 세들어 사람 그 이상, 그 이하도 아닌 조그마한 티끌같은 것이 되었다. 그 감정이 무엇이더
냐 묻는다면, 나도 모르겠다 그건. 좋으면 좋을대로, 나쁘면 나쁠대로. 그러나 어떻게 되던 간에 그 감정이
썩 좋지만은 않았다. 생선이 썩을 때마냥 비린내도 났으며, 상처가 곪아 나던 썩은내도 냈다. 만약 이 글이 당
신에게 형편없는 뒷담화 정도로 들린다면 정중히 사과하겠다. 그러나 이 글은 그 아이를 탓하거나 욕하는 글
도 아니며, 신세한탄 글은 더더욱 아니다. 혹자는 뭐도 아닌 일로 이러냐 싶겠지만 그 아이로 인해 나는 대가
리 굴리는 법을 알게됬고, 전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게되었기 때문이다. 굳이 그 애에게 과장해서 고맙다고
말하지는 않겠다. 다만 나는 그 때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. 만약 그 일이 나의 살갗을
다 뜯어내고, 얼굴을 짓뭉개어 숨도 못쉬게끔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말이다. 결론은 어쨌거나 이 글은 형편
없는 민짜성장글이 되시겠고, 당신들은 이 형편없는 민짜성장글을 읽음으로써 몇 분이라는 시간을 허비
한 바 되시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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